6월은 다른 달과 달리 3가지 탄생석을 가지고 있어요.
그중 '낮에는 에메랄드, 밤에는 루비' 알렉산드라이트는 굉장히 비싸면서 희귀해서 보통 6월의 탄생석하면 고대부터 사랑받았던 진주가 대표적이에요🦪⚪
다리를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 Perle에서 유래된 Pearl은 고대부터 예술, 종교, 문화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쳤죠. 고대 로마인들은 진주에 열광했으며 중동의 고대인들은 진주가 하늘에서 떨어진 눈물방울이라 믿었고, 중국인들은 용의 뇌에서부터 나온 보석이라고 상상했죠.
순결, 순수함, 겸손을 의미하는 6월 탄생석 진주는 또한 건강에 좋다 여겨졌었는데요.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삼히타(문헌)에서 진주는 장수와 번역을 가져다준다 쓰였고, 아시아에서는 소화불량과 출혈을 완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믿었어요.
수천 년 전 진주를 발견하려면 장비나 호흡기도 없이 바닷속 천연 진주를 찾아야 하는 위험한 일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에 진주의 제한된 공급으로 인한 탐나는 신비함은 왕실의 권력자들 사이에서 사랑받게 됩니다.
스페인 왕실의 초상화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진주, 그중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진주 또한 등장합니다. 그 유명한 La Peregrina! 천연 진주 중 가장 큰 대칭적인 진주라 불리는 라 페레그리나는 16세기 파나마 해안에서 처음 발견됐습니다.
1513년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파나마의 한 아프리칸 노예가 찾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진주를 보여주자 노예상이 감명을 받아 보상으로 노예를 풀어줬다 하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나 당시 파나마 지역에는 노예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진주의 정확한 유래는 정확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 순결과 순수함을 뜻하는 아름다운 진주는 돈을 버는 식민지와 제국주의 권력을 상징하기도 해요.
누가 이 진주를 발견했든 간에 진주는 파나마 식민지 관리자 Don Pedro de Temez와 함께 스페인으로 떠나 당시 왕세자였던 펠리페 2세에게 바쳐져 그렇게 스페인 왕실의 소유물이 되었죠.
몇십 년 후 영국의 여왕과 결혼을 약속한 펠리페 2세는 메리 1세에게 순결을 뜻하는 진주를 선물로 주었고, 메리 1세의 초상화들을 보면 브로치에 달린 La Peregrina를 착용한 것을 볼 수 있어요. 메리 1세는 모든 초상화에서 남편이 선물한 진주를 착용했다 하지만 메리 튜더 진주 또한 착용해서 많이 혼동되더라고요.
그러나 펠리페 2세와의 짧은 결혼생활에서 후사도 못 보고 1558년 사망한 메리 1세 뒤를 이은 엘리자베스 1세는 스페인 무적함대가 쳐들어오기 전 외교적 환심을 사기 위해 La Peregrina를 다시 스페인 왕실에 돌려줘요.
영국에게서 돌려받은 라 페레그리나는 펠리페 2세의 유언에 따라 스페인 Crown Jewel으로 격상시켰고 그 후 200여 년 넘게 스페인 왕실의 가장 진귀한 보물로 여겨졌어요.
스페인 왕비들의 초상화에 자주 등장하는 진주이나 당시에 라 페레그리나 진주가 저주를 불러온다며 착용자의 사랑을 망친다는 믿음도 있었다고 해요.
펠리페 4세의 왕비 이자벨 왕비, 엘리자베트 드 프랑스는 남자 시종과 바람을 피운다는 소문이 궁에 퍼지자 시종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말만 남긴 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죠.
1644년 사망한 엘리자베트 드 프랑스가 착용했던 진주는 펠리페 4세의 두 번째 아내이자 조카딸... 마리아나 왕비가 착용할 차례였죠. 그러나 근친교배의 결말이 비슷하듯, 펠레피 4세와 마리아나 왕비가 낳은 5명의 자식 중 2명만이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남았고 그중 살아남은 아들은 바보왕 카를로스 2세라 불립니다.
아들 카를로스 2세가 스페인 왕위에 오른 몇 년 뒤인 1696년 5월 16일 스페인에서 개기월식이 일어난 순간 마리아나 왕대비가 사망하면서 라 페레그리나는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1808년 동생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자신의 형 조제프 보나파르트를 스페인 왕위에 올려 호세 1세를 만들면서 진주는 다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죠.
1813년 나폴레옹이 패배하자 스페인에서 탈출해야 했던 조세프 보나파르트는 라 페레그리나를 포함한 스페인 왕실의 크라운 주얼리들을 몇 가지 훔쳐 프랑스로 도망쳐 나왔고, 유럽을 떠나 미국로 이주한 조세프 보나파르트는 1844년 유언으로 조카 샤를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미래의 나폴레옹 3세에 진주를 남겨주며 사망합니다.
삼촌 나폴레옹처럼 프랑스 황제에 오른 나폴레옹 3세이나 영광은 무너져 몰락하게 되고 프랑스는 제3의 공화국 탄생, 나폴레옹 3세는 1871년 영국으로 망명생활을 떠났습니다.
여전히 진주를 소유하고 있던 나폴레옹 3세는 돈이 필요했고, 1870년대 제1대 에이버컴 공작, 제임스 해밀턴이 아내 루이자를 위해 구매해 다시 영국 가문의 소유가 됩니다. 그래서 이때 파나마 → 스페인 → 영국 → 스페인 → 프랑스 → 미국 → 영국 전 세계를 돌아다닌 진주에게 붙여진 이름이 La Peregrina 스페인어로 순례자 또는 방랑자를 뜻해요.
에이버컴 공작 부인은 이 진주가 너무 무거운 나머지 적어도 2번이나 바닥에 떨어트렸는데 한 번은 윈저성에 있는 소파에서 잃어버리고, 또 다른 한 번은 버킹엄 궁에서 잃어버렸다 찾은 소동도 일어났다해요.
1913년 해밀턴 가문은 진주에 구멍을 뚫고, 광택을 다시 내는 과정에서 La Peregrina는 50.56캐럿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큰 완벽한 대칭의 진주 중 하나예요. 백여 년 넘게 해밀턴 가문에 남아있던 진주는 1969년 소더비 경매에 나와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주얼리 컬렉터, 엘리자베스 테일러 손에 들어가게 됩니다.
남편 리차드 버튼이 헨리 8세 역할을 맡은 영화 <천일의 앤(Anne of the Thousand Days)> 속 앤 불린을 맡고 싶었으나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막을 수 없는 세월... 십 대 앤 불린을 소화하기엔 나이가 많았던 30대 후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출연을 거절당하고, 위로하고 싶던 남편 리차드 버튼은 1969년 소더비 경매에서 37,000달러에 구매해 아내에게 발렌타인 데이 기념으로 선물해요. 현재로 환산하면 진주 한 알에 3~4억 정도?
리차드 버튼는 부부가 소장하고 있던 1554년 한스 에보르트가 그린 메리 1세의 초상화에 있는 진주가 16세기 사라진 메리 튜더 진주(Mary Tudor Pearl)라고 오해해 소더비 경매에서 진주를 구매했다 전해지는데요.
구매한 뒤에 La Peregrina 임을 알게 된 리차드 버튼는 부부는 가지고 있지만 막상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이 메리 1세의 원본 초상화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위의 초상화를 국립초상화미술관에 기증해요.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천일의 앤(Anne of the Thousand Days)>에 주연으로 출연하진 못했으나 아쉬움을 달래듯이 털 부채로 얼굴을 가려 카메오로써 잠시 등장하는데요, La Peregrina를 목에 건 채로 말이죠! 이때 정말 아쉬운 건 부채를 든 손에 목걸이가 딱 걸리는 바람에...
리차드 버튼에게 La Peregrina 선물 받은 직후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개가 진주를 삼킬 뻔한 사건 이후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La Peregrina 진주를 더욱더 돋보일 수 있는 목걸이 제작을 결심합니다. 까르띠에에게 La Peregrina를 더 눈에 띄고 확실한 목걸이를 의뢰해 메리 1세 초상화에서 영감 받아 만들어진 진주, 루비,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아름다운 목걸이가 만들어집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리차드 버튼과 마지막 이혼 후 리차드 버튼이 선물한 많은 주얼리들을 생전 경매에 부쳤으나 La Peregrina 까르띠에 목걸이는 2011년 사망할 때까지 자주 착용하며 그의 주얼리 컬렉션에 보관하고 있었어요.
에이즈 연구 재단 amfAR를 공동 설립할 정도로 에이즈 예방 및 연구에 힘썼던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사후 엘리자베스 테일러 에이즈 재단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La Peregrina는 4분 30초 만에 아시아의 한 익명의 구매자가 11,842,500달러로 구매한 이후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네요 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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